[경인신문]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1998년 첫 시행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정보공개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국정 및 시정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법에서 규정한 아주 기본적인 제도다. 하지만 정부기관과 지자체를 비롯한 공공기관들이 해당 법의 일부 조항을 빌미로 정보공개청구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일부기관에서는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법을 해석해 일단 비공개부터 하고보자는 식이다. ‘청구만 가능한 정보공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공직사회의 인식 전환과 정교화 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처럼 기관들이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정보를 숨기는 사례가 많은데 비공개 사유가 기업이나 단체, 혹은 직영 및 위탁사업 등의 위법이나 불법행위를 관리·감독하는 부서들의 관련 적발사항 등을 애써 감추려는 방패막으로까지 변질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정보 비공개의 배경은 각양각색이지만 비공개 결정에 이의를 제기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 가운데에는 일부 공무원들의 안일함도 포함돼 있다. 더구나 비공개 이유도 안 밝힌 채 정보를 비공개 결정하는 예도 부지기수다.

정보공개법 9조1항은 이렇듯 정보의 투명성을 가로막는 주된 요소다. 그러나 이는 원칙에 어긋난 일이다. 대법원 판례(2006두4899)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대상이 된 정보가 법 9조1항에서 정하고 있는 비공개사유에 해당하는 지를 ‘입증’해야 하며, 그에 이르지 못한 채 ‘개괄적 사유’를 들어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판례도 있다. 이 같은 판례에도 불구하고 기관들이 정보공개에 소홀한 까닭은 의지부재가 꼽히는데, 이런 풍토는 공직 사회를 위해서라도 개선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정보공개율은 2014년 64.5%를 보였지만 2015년 66.1%, 2016년 66.1%, 2017년 64.5%로 보통 60% 중반 대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작년에는 59.9%까지 낮아졌으며, 올해는 지난 9월까지 51.6%에 머물렀다. 지표만 놓고 보면 행정투명성이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셈이다.

정보공개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법 9조1항 등 일부 조항 해석에서 불거지는 만큼, 이를 차단할 수 있는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인 현행법의 여러 조항을 구체적 단어로 명문화해 불필요한 행정비용과 갈등을 감소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각 기관과 공직자들의 인식전환이겠지만, 제도 재정비 역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정보공개법 9조에 있는 8가지 비공개 사유가 너무 광범위한 탓에 담당 공무원들의 실무적 해석이 포괄적이고 애매한 부분이 대다수다. 따라서 관련 부분들을 보다 세분화할 수 있는 법률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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