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뉴스통신 경기남부국장 윤 명 원

▲아시아뉴스통신 윤명원국장       ⓒnews24

 기자였던 필자가 용인시를 출입하던 때다. 영화 ‘하얀 전쟁’을 만든 정지용 감독과 지인 대여섯 명이 저녁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정 감독이 식사장소에 30여분 늦게 도착했다. 유명인사라 그런가보다 하고 식사를 하던 중 정감독이 뜬금없는 소리로 자신이 늦은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국내 정가는 요즘처럼 어수선 했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 편하지 않았다. 영화 관계자 200여명이 모여 반성문을 쓰고 오느라 늦었다는 괴변이었다. 그의 부연 설명을 듣는 우리는 그의 말에 공감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어려운 것은 지도자를 잘못 선출한 것”이라며 “지도자는 선출되기 전이나 선출된 후나 같은 사람인데 우리가 지도자로 뽑았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어렵다며, 표를 준 유권자들의 잘못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지도자를 잘 뽑아야 한다는 각오로 반성문을 썼다”는 괴변이다.

지방자치시대가 시작 된지 올해로 사반세기를 맞는다. 그동안 우리는 시. 도의원과 단체장을 뽑는 수많은 선거를 치렀다. 수많은 선거를 치루면서 우리는 유권자의 의무를 다 했나 되짚어봐야 한다. 진정 우리는 후보자의 면면을 살피고 우리지역을 발전시키고 반목과 갈등 없이 직분의 역할을 할 인물에게 투표했었나를 생각해 봐야한다. 인근 도시보다 더 이상 뒤처지지 않게 지역을 발전시킬 인물이 누구인가 고민해야 할 때다.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된 90년 대 초만 하더라도 안성은 인근 평택이나 용인, 이천 비수도권인 천안과 비교해 뒤처지지 않은 도시였다. 당시 안성시의 인구는12만2천명으로 용인시보다는 작았지만 평택시와 이천시보다는 많았다. 1년 살림살이 규모도 상황은 비슷했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현재 안성시의 인구는 18만 5천여 명으로 용인시 107만. 평택 50만5천, 이천 22만2천으로 안성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늘었고 살림살이 규모도 비교가 안 될 정도다. 특히 안성시는 경기도 31개 시 군 중 유일하게 전철이 없는 낙후된 도시로 전락했다.

60년 전 안성은 전국 3대 상권을 자랑하던 곳이고 내무부장관과 경기도지사를 배출했던 곳인데 그동안 안성시는 뭘 하고 있었나. 이웃 도시에서는 광역버스를 타고 노선을 점검하며 이용편의를 개선하는 지도자를 뽑았고 우리는 새벽부터 관광버스를 찾아 표를 구걸하는 후보를 뽑지는 않았나! 반성해야 한다.

안성지역은 내년 총선에 불행하게도 시장을 다시 뽑아야한다. 벌써부터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어김없이 명함을 한 손 가득 들고 있는 후보자를 만난다. 일부는 시장으로 출마할지, 국회의원으로 출마 할 지도 아직 정하지 못한 후보도 있다. 염연히 시장과 국회의원은 일하는 범위와 중량이 다른데 말이다. 당락의 유불리만 계산하는 그런 후보자들은 유권자를 얼마나 우습게 생각하고 있는지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우리도 관광버스보다 광역버스를 타는 그런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안성시 공직자들은 능력이 있다. 그런 공직자들이 소신 것 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시민이나 분야의 전문가들과 소통 할 줄 아는 그런 지도자가 절실하다. 우리는 아직 광역버스가 없다는 사실을 잠시 잊었지만 어쨌든 시 발전을 위한 철학과 열정이 있는 지도자를 뽑아야한다. 유권자 전체가 반성문을 쓴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지만 오늘은 마음속으로라도 반성문을 써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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