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사 주지 도심스님

▲연등사 주지 도심스님   ⓒnews24

 아무리 과학문명이 발전해 삶이 풍족하다 하더라도 정신적인 안정과 평안까지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과학은 자연계를 개조하여 인간에게 생활의 편의와 삶의 질을 높여 물질만능의 삶을 살게 하고 있지만 인생의 궁극적인 의미를 밝혀주지는 못하고 있다. 신무기 개발과 산업재해의 발생으로 인간에게 새로운 불안과 공포로 정신적인 삶을 빼앗기는 현실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종교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하루가 멀게 지구촌 곳곳에서 이념과 갈등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오늘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인간이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고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지키고 보다 나은 삶으로 영생불멸의 세계를 추구하고 구원을 받고 영원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 종교를 갖는다.

세상에는 수많은 종교가 있다. 이 많은 종교들 중에서 과연 올바른 종교를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거짓된 교리나 진리라고 내세우며 현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종교, 선과 악의 인과율이 무시되는 허황된 믿음으로 구원을 약속하는 종교, 창조신의 가르침이니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종교와 타 종교를 구별하고 신자와 비신자 간에 색깔의 우월성을 내세우는 편견적인 종교들이 이 사회질서를 어지럽혀 인간답게 살아보려는 사람들에게 종교의 선택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과연 우리는 어떤 종교를 선택해 믿음을 가져야 할까? 종교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자기 자신의 존재가치를 자신의 자각에 의하여 인과의 업보를 자력으로 해결하고 무생 법인을 이룰 수 있는 종교를 선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불교는 어떤 종교인가. 한 마디로 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여러 경전 속에 부처님의 법과 진리를 설하고 있지만 팔만사천의 큰 법보를 요약해서 “제악막작(모든 죄를 짓지 말고), 중선봉행(모든 선을 행하고), 자정기의(마음 스스로를 깨끗이), 시제불교(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라고 간단히 세 가지로 집약해서 설하고 있다.

불교의 교리인 중도의 가르침으로서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인 고집멸도 사성제와 여덟 가지 바른 길 팔정도로 집약된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관계되어 존재한다는 것으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반드시 원인이 있기 때문이며 죽음의 원인도 태어남이 있기 때문이다.

각 종교는 교리나 실천 방법에서 차이가 있지만 추구하는 바는 비슷하다. 즉 인간은 죽는다는 필연적인 유한성에서 오는 불안과 공포, 질병과 재난 등 현세적인 고통을 종교를 통해 평온과 행복감, 심리적 위안을 받는다. 그 중 불교는 다른 종교처럼 신이나 절대자에 의지하여 구원을 받는 종교가 아니라 스스로 깨달아 부처가 될 불성을 지니고 있다.

부처님의 팔만사천법문은 2600년도 훨씬 지난 지금도 사바세계 중생들이 부처님의 진리를 실천하는 길잡이가 되고 있다.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이고, 자비의 종교이며, 평등의 종교이고,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는 이고득락의 종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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