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숙희 기자        ⓒnews24

 [뉴스24 = 강숙희 기자] 헌법재판소가 지난 11일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국회에서도 처음으로 ‘낙태죄 폐지 법안’이 발의됐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15일 국회 정론관에 “오늘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하고,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전향적으로 확대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다”면서, “국회는 헌재 결정의 취지와 시대 변화에 부응하여,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입법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산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지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 정부가 거의 사문화 된 낙태처벌 조항을 되살려 강화하는 것에 대한 여성들의 저항이 거세다. 1953년 낙태처벌법이 제정된 후 국가는 필요에 따라 산아제한과 인구조절을 목적으로 가족계획을 적극 추진하더니 이제는 출산장려를 위해 낙태처벌을 강화 하려는 것은 여성을 자궁이라는 생식기관을 가진 도구로 여기는 처사이며, 여성의 몸을 국가가 통제하고 관리하겠다는 유치한 발상이다.

생명의 존엄한 가치는 절대평등이다. 강간에 의한 임신 등은 낙태를 허용하면서 그 외의 것에 대해서는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며 처벌하려는 것은 국가와 사회가 생명의 평등권을 스스로 파괴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종교계에서는 기독교 쪽이 낙태에 유난스러울 정도로 격하게 반대하고 있다. 기독교에서는 생명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며, 하나님이 창조한 피조물로서 인간의 몸은 하나님의 소유물로 보고 있다. 이는 존중되어야 할 생명권의 존엄한 가치 훼손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소유물인 생명을 인간이 어떻게 하는 것은 하나님의 신성함을 모독하는 용서할 수 없는 일로 여기는 것으로, 생명을 존재론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소유론 적 관점에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보는 임신은 남녀의 성행위, 중음신, 여성의 배란기라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가능한 것으로 본다. 임신 5주 이후부터 사지, 오장육부, 골격 등이 발달하여 10주 후에 육체와 정신을 가진 인간으로 태어난다. 이 과정을 보면 육신이 없는 중음신은 과거에 지은 업의 힘에 의해 유지되고 활동하게 되는데, 이 때 중음신은 因(인/원인, 씨앗) 보다는 緣(연/조건, 환경)의 영향을 강하게 받게 된다. 남녀의 성행위를 보고 강한 음욕을 느낀 중음신이 그 속으로 들어가면서 임신은 이루어진다. 이는 부모가 자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중음신의 선택에 의해 부모가 결정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예상하지도 않고 원치도 않은 임신, 누구에게도 환영과 축복을 받지 못하는 출생은 본인은 물론 그 대상과 관련되는 제3자에게도 충격과 고통이 되고, 더 나아가서는 재앙 적 상황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 인격체로서의 자아 미성숙 단계에 있는 태아의 생명권 對 여성의 기본적 인권의 대립이라는 구도 속에서 문제를 볼 것이 아니라 여성이 임신과 출산 양육에 대해 고민하고 판단을 내리는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것이 여러 사람이 겪을 고통과 두려움을 줄이는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성의 몸은 사회의 요구에 의해 관리되고 국가의 필요에 따라 통제되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 시행자 처벌과 관련한 조항 형법 제269조 1항과 제270조 1항을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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