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평사 주지 해가 정림

▲영평사정림스님 ⓒnews24

 우리의 생각이 인간관계와 삶 자체를 결정한다. 인간관계에 온기를 불어 넣어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찬바람이 싸늘하게 불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사람도 있다. 사람에 대한 배려와 따뜻한 생각이 몸에 베인 사람은 어디를 가나 대환영이다. 공자 말씀에 덕을 베푸는 사람은 외롭지 않아 반드시 마음을 나누고 알아주는 이웃이 있다고 했다. 가진 것은 많아도 같이 식사하며 삶의 소박하고 일상적 즐거움을 나눌 사람이 없어 외롭게 인생길을 걸어가는 사람도 간혹 보인다. 평소 자기를 지키려는 방어벽을 몇 겹씩 쌓아두고 인간적 교류를 아예 하지 않았으니 주위에 사람이 없다. 포근한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정다운 손길 한번 하지 않았으니, 마음이 차가운 사람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바쁘게 살아오다 어느 날 문득 홀로 있는 자신의 초라하고 고독한 삶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사람의 정이 그리워진다. 예전에 냉담하게 대한 사람들의 생각 속에 박혀있는 냉혈한의 이미지는 쉽게 잊혀 지지도 않고 지우기도 힘들다. 다행히 따뜻하고 이해심 많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외롭고 쓸쓸한 인생길에 큰 위안을 얻겠지만, 자신이 바뀌지 않고 다른 사람의 마음만 얻겠다는 야무진 생각을 가지고 사는 한 주위에 머물 사람은 많지 않다.

살아오면서 아주 많은 사람들을 만나 담소도 즐기고, 농담도 하는 여유도 있었지만, 조그만 말실수와 사소한 잘못에도 냉소와 비난을 퍼부었던 잘난 사람의 현재는 외톨이라는 것이다. 차가운 시선과 입가에 맴도는 비웃음, 톡 쏘는 가시 돋친 말, 거만한 포즈, 비딱한 몸자세, 자기 자랑에 거품 물고 침 튀겨가며 우쭐거리는 모습은 꼴불견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온통 비평과 비난의 차가운 시선으로 가득 차 있어 내뱉는 말은 욕이 반이고 거칠고 까칠하여 듣는 사람의 생각을 복잡하고 힘들게 만든다. 계속 들어주기에는 그렇고, 바로 일어서서 가기는 힘든 어정쩡한 고민의 시간이 늘어 몸과 마음의 피로도가 증가하게 한다.

마음을 나눌 줄 모르고, 남의 어려운 일에 눈곱만큼도 관심과 애정이 없으면서 자신의 사소한 문제에도 주위사람을 괴롭히는 몰염치의 차가운 사람의 모습은 우리를 힘들게 한다. 자기 영역은 철통같이 지키고, 개인적 삶은 전혀 개방하지 않으면서 남의 사생활과 생각까지 시시콜콜 간섭하고 자기의 말과 처사가 정답이라는 식의 몰상식한 처사는 우리를 분노케 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살면 생각이 가벼워지겠지만, 평생 들고 산 사람이 어느 한 순간에 내려놓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편안함과 웃음은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의사보다 더 좋은 치료약이다. 활기차고 밝은 에너지와 따뜻하고 포근한 생각을 나누고 뭐든지 기분 좋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은 편안함 그 자체다. 따뜻한 생각을 가져 어렵고 힘든 사람을 보면 크든 작든 도와줄려는 마음을 내어 실천하는 모습은 천사이자 보살이다. 이런 사람을 한명이라도 알고 지냈다면, 우리의 삶은 결코 외롭지 않다.

주위 사람들에게도 차가움과 따뜻함의 지혜로운 온도조절은 필수다. 지나치지 않고 매사에 필요한 온도로 맞추는 것은 오랜 시간 살아오면서 느꼈던 나만의 지혜이며, 안목이자 생각의 온도조절이다. 우리가 지금의 삶에서 가장 적당한 온도는 몇 도인지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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