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344개 농협·축협·수협·산림조합의 조합장을 선출하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막을 내렸다. 조합장 선거는 타 선거에 비해 비교적 대중들의 관심사에서 먼 선거라 생각되지만 4년간 농어업과 산림경영의 주요 축을 걸머질 일꾼을 뽑는 선거다. 이 같은 중요도에 비해 선거문화는 공명선거라는 단어를 내세우기 부끄러울 만큼 막판까지 잔뜩 흐렸다.
범(汎)농협 차원의 조직 역량을 집중한 선거였다고는 하지만 안성지역의 16개 조합의 장을 뽑는 지역농촌 마을들은 몸살을 앓았다. 농업·농촌 발전 초석을 다지기 위해 출마했다는 출마자들은 조합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다행히도 4개 조합은 무혈 입성했다.
특히 이번 선거는 금품 살포와 불법 선거운동 등 혼탁 양상을 답습하거나 오히려 가중시키면서 적잖은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선거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위탁선거제도가 도입됐지만 본래 의도한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지 못했다.
제도와 법적 규제가 통하지 않는다면 선거 부정을 원천적으로 막을 근본적인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조합장의 막강한 권한과 이권이 금품 살포 등을 유혹·초래한다면 그것을 축소하는 게 최선의 방안이다. 조합장 선거가 치열하고 혼탁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조합장이 누리는 권한과 이권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조합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억대의 연봉에다 그에 못지않은 업무추진비는 물론 직원들의 인사권까지 좌지우지한다.
조합장의 연봉과 업무추진비를 결정하는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이사 및 회원 또한 조합장에 우호적인 인사들로 구성되면서 감시·감독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폐쇄적인 구조가 조합장의 전횡과 이권 개입을 조장하고 부추기며 선거 혼탁을 초래하고 있다면 이의 개선 없이는 공명선거는 무망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촌 소통령으로도 지칭되는 조합장 선거의 과열 양상은 예고된 일이었다. 1회 선거에서 선관위 적발 건수만 867건이라고 볼 때 더 이상 방관해선 안 될 사안이었다. 금품 향응, 허위사실 공표 등 각종 불법행위는 과거의 돈 선거, 경운기 선거 시절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꼭 막대한 예산 집행과 사업 결정권, 억대 연봉의 유혹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고쳐야 할 걸 고치지 않은 채 유권자 의식 개선을 바라는 제도 탓이 무엇보다 크다.
소수의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치러지는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후보자 간 대담과 토론회가 허용되지 않는 데다 배우자 등을 포함한 제3자의 선거운동마저 금지돼 현직을 비롯한 기득권자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탁선거의 문제점이 헌법 소원으로 이어지고 토론회 도입 등의 내용이 담긴 개정안이 발의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돈을 묶고 발을 푸는 방향으로 선거법이 반드시 개정돼야 마땅하다.
조합원들의 총의에 의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게 바람직한 조합이라 하더라도 조합의 자본 형성에 국가와 국민 세금이 투여됐고 선거 혼탁이 근절되지 않는다면 조합장의 권한 규제는 정당한 국민들의 권고 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