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았다. 기해년은 3·1운동 100주년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해로 유난히 뜻 깊은 해다. 당시 경기도에서는 화성시와 수원, 안성, 양주시 등 곳곳에서 대규모 항일투쟁이 펼쳐졌다.

안성은 3·1운동과 끊을 수 없는 인연이 있는 곳이다. 전국 3대 실력항쟁지로 한민족 자주독립운동의 출발점이었다. 독립운동의 대중적 기반을 넓히며 항일투쟁의 물줄기를 튼 거사였다. 지식인은 물론 학생, 노동자, 농민, 상공인 등 계층의 경계를 무너뜨린 역사적 민중사건이었다.

특히 안성지역은 평안북도 의주, 황해도 수안 지역과 함께 일제의 총칼에 몽둥이와 돌멩이로 맞서며 실력 항쟁을 펼쳤다. 당시 스스로 몸을 내던진 선조들의 숭고한 희생 덕분에 오늘의 자유와 번영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100년 전 세운 ‘임시정부’는 튼실한 씨앗이 되어 굴곡과 부침의 세월을 견디며 성장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더욱이 1919년 4월1일과 2일 양성과 원곡면 일대에서 맞이한 2일간의 해방은 3.1운동 정신을 계승한 역사적 사건이다. 그것은 강한 신념에서 피어난 ‘의(義)’의 길이었고, ‘충(忠)’의 길이었다. 절망의 시대를 뛰어넘는 혁명의 길이기도 했다. 신분과 성별, 나이를 초월한 안성군민 모두의 역사였다. 그 역사는 3·1운동 이전과 이후에도 쉼 없이 이어져 왔다.

안성시는 그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여왔다. 다소 미흡하고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시는 3‧1운동 성역화사업을 통해 안성 3‧1운동 기념탑을 건립하고 안성3‧1운동기념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7년 9월 ‘안성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100주년 기념사업을 다듬어 왔다.

하지만 이에 반해 현실은 씁쓸하기만 하다. 요즘은 3.1절에도 태극기를 보기 힘들다. ‘아파트의 태극기 게양률이 2%밖에 되지 않는다’는 뉴스는 안타까움을 넘어 비통한 마음이 든다. 그렇다고 정부나 교육자들이 후손들에게 그 뜻을 제대로 환기시켜 주지도 않는다. 3·1운동과 3·1정신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은 요원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3·1운동을 과거사로만 여기는 국민의식은 애석하고 한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사를 기억하고 그 정신을 새기는 일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등대며 이정표다. 3·1운동 100주년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기해년 황금돼지의 해는 모두가 자랑스러운 3.1운동 정신을 기억하고 갈등과 반목, 분열과 대립을 넘어 모두가 화합하는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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