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김필수 대림대 교수       ⓒnews24

[뉴스24 = 강숙희 기자]지난 5월 12일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로 중앙분리대를 충돌해가며 진행하는 차량을 자신의 차로 세운 운전자가 화제다. 목숨을 걸고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행동으로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한 만큼 각계 각층의 후원이 이어졌다는 소식이다.

희생을 각오한 운전자의 선행 못지 않게 이 사건을 통해 우리가 갖고 있는 여러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점도 드러났다. 우선 주변의 차량 움직임이다. 고속도로 추월선인 1차선 사고는 잘못 대응하면 2차 사고로 이어져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2차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망자수는 매년 33명에 이른다. 또한 일반 교통사고 보다 사망할 확률, 즉 치사율이 6배나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서 사고 난 차량을 세우고 탑승자를 구출하는 것은 목숨을 건 행동이다.

다행이 이 사건은 주변 차량이 서행 중이었고 또 일부 차량의 도움을 받아 가능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의인이 의식을 잃은 운전자를 구출하기 위해 주변에서 유리을 깨는 비상 망치를 구한 일도 짚어봐야 한다.

자신의 차량에 비상 망치가 없어 다른 트럭에서 비상 망치를 구하려고 도로를 가로질러 가고 다시 건너와 유리를 깨는 행위는 위험 천만했다. 한 낮이어서 무사했겠지만 그 만큼 비상망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줬다.

또 비상 망치와 소화기는 버스나 트럭 등에만 있어야 하는 비상 장비가 아니라 일반 자가용 등 모든 차량이 반드시 비치해야하는 비상장비라는 것을 알제 해준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차량 화재는 연간 약 5000건에 달하지만 일반 자가용 10대 중 9대에는 소화기가 비치돼 있지 않다.

비상 망치를 비치하는 차량은 더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교훈삼아 비상 망치와 소화기를 트렁크가 아닌 운전석에서 손에 닿을 수 있는 곳에 항상 비치하기를 권장한다. 또 하나 안전삼각대와 불꽃 신호기, 야광 안전조끼도 반드시 필요한 안전 필수품이다.

2차 사고 조치 등 교육의 필요성도 새삼 느끼게 해줬다. 해외에서는 도로에서 발생하는 돌발 상황과 사고에 대해 조치를 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이 즐비하지만 우리는 운전면허를 취득해 운전을 하는 평생, 도로에 붙은 캠페인 문구를 바라보는 것이 전부다.

우리는 OECD국가 평균의 세배가 넘는 연간 4000 이상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교통 후진국이다. 어릴 때부터 안전과 위험 대처방법 등을 지속적으로 배우고 성인이 되어도 항상 주지하고 세뇌된 반복 교육이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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