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평사 주지 해가 정림

▲해가 정림 스님

지난 31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된 가운데 벌써부터 일부지역에서는 시끄러워 못살겠다는 주민들의 원성이 산속 깊은 곳까지 들리는 것 같다. 선거철이면 매번 겪는 일이지만 이번 선거는 더욱 치열해 스피커 볼륨도 덩달아 높아가는 것 같다. 우리나라 선거문화는 다른 나라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꼭 선거운동원들을 대동하고 로터리나 교통이 혼잡한 곳에서 아침저녁으로 인사를 하며 음악을 틀고 떠들어야 하는지 참 이상한 선거문화가 자리 잡았다.지난 22일 본 사찰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본 후보자들의 모습은 한 결 같이 부처님을 닮아 있었다. 경쟁 당 후보들과도 환한 웃음으로 반갑게 인사했던 그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들의 표정에서는 악의라고는 찾아보려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잔잔한 미소 안에 숨겨진 승부욕과 경쟁 심리는 그 평화로운 자리에서도 어김없이 발휘 됐다. 6·13 지방선거를 향해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의 느낌 그대로였다.

더구나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벌써부터 지역주민들의 불편과 피해는 생각하지도 않은 채상대방 깎아내리기, 흠집 내기 등 비방이나 마타도어 같은 진흙탕 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는 않다. 주민들을 대표해서 어떤 일을 하겠노라며 출마한 후보들이 오히려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그것도 상대후보에게 지지 않으려는 듯 동네가 떠나가도록 떠들면서 말이다. 모름지기 지역사회 지도자로 임하려는 자는 적어도 부처의 가르침인 ‘상구보리 하화중생’(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 구제한다는 뜻)정도는 마음에 담겨 있어야 한다. 그것은 더욱 겸손한 자세를 갖는 일이며 이타행(利他行)의 실천이다. 근본적으로는 수신제가(修身齊家)의 자세다. 大學에서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물의 본질을 꿰뚫은 후에 알게 된다. 알게 된 후에 뜻이 성실해진다. 성실해진 후에 마음이 바르게 된다. 마음이 바르게 된 후에 몸이 닦인다. 몸이 닦인 후에 집안이 바르게 된다. 집안이 바르게 된 후에 나라가 다스려진다. 나라가 다스려진 후에 천하가 태평해진다. 그러므로 천자로부터 일개 서민에 이르기까지 모두 몸을 닦는 것을 근본으로 삼는 것이다.

안성은 혈연과 지연, 학연이 서로 물고 물린 사회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은 진흙탕 싸움을 하기보다는 지도자들이 스스로 성품을 갖추고 안성을 부처님의 연못으로 이끌어야 한다. 대자대비한 자비심이 후보들 사이에 이심전심으로 번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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