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신문 박우열대표  
지난달 28일 안성시시설관리공단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현 이사장이 안성시의 승인을 받아 연임됐다. 하지만 연임을 둘러싼 잡음이 년 초까지 이어지며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몇몇 사람들에 의해 번개불에 콩 볶아 먹듯 작전을 펼쳐 결국 연임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미 다 아는 사실이지만 안성시시설관리공단 이사장직과 안성산업단지관리공단 전무직 자리는 지금까지 안성시 고위 공직자들이 퇴직 후 거쳐 가는 필수코스다. 현재 시설관리공단 이사장도 산업단지관리공단 전무도 모두 안성시의 고위 공직자 출신이다.

퇴직 후 3년, 혹은 2년 동안 안성시는 그동안 공직생활의 노고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안정적인 사회적응기간이라는 명분으로 자리를 배려해 줬다. 하지만 때로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해 뭇 사람들에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물론 풍부한 공직생활 경험을 살려 안정적인 자리에서 공기업발전을 위해 꾸준히 일할 수 만 있으면 좋겠지만 자리가 자리니 만큼 자리 말처럼 쉽지 않다.

역대 안성시시설관리공단 이사장들 중 제대로 임기를 마치거나 아무 탈 없이 퇴직한 이사장은 거의 없다. 재직 중 여러 구설수에 올라 검찰에 불려다니거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거나, 퇴직 후 각종 비리에 연루돼 구속되거나 하는 등의 곤혹을 치렀다.

그런데도 안성시의 낙하산 인사나 경영개입과 같은 병폐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과 같이 중립을 고수하는 척 하면서 무선조종기로 공기업을 움직이는 안성시의 뻔뻔한 행동이 시민들을 더욱 화나게 하고 있다. 그래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안성시에서는 결국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잘 짜여 진 원칙에 의해 현 이사장의 연임추천을 승낙했다. 따라서 현 이사장도 조례와 정관에 따라 1년 간 연임이 확정됐다. 물론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과 안성시장의 의지에 따라 장기집권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공단 이사장의 연임결정은 정당성과 또는 행정적 합법성을 갖춰 절차상의 문제는 없었을지는 모르나 도의적으로 결코 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12월 26일이면 2017년을 5일 남겨둔 시점이다.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사항이 아니지만 공단은 임원추천위원회를 소집해 이사장 임기 만료에 따른 향후 대책을 논의 했다. 당시 위원회는 7명의 위원 중 3명이 불참하고 4명만이 참석했다. 정족수는 채웠다. 하지만 누가 봐도 의도적이고 계획적이다. 해를 넘겨도 혹은 공석이어도 운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연말연시 정신없는 틈을 이용해 작전을 펼쳐 결국 성공했다.

이 같은 병폐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조례나 공단정관을 뜯어 고쳐야 한다. 몇 년 전 안성시는 책임회피와 정당성을 모두 갖추기 위해 조례까지 개정해가며 이사장 임기를 비롯한 몇 가지를 뜯어 고쳤다. 물론 의회의 승인이 있어 가능했지만 이제는 재검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공과 사를 분명히 해 공기업으로서의 그 책임과 직무를 다할 수 있도록 행정적 뒷받침만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공기업이 더 이상 몇몇 힘 있는 사람들의 손바닥에서 놀아나면 안 된다. 또, 임원추천위원회 선정방법도 뜯어 고쳐야 한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공정성을 담보한 개혁은 기대하기 어렵다. 잡음으로 얼룩졌던 올 이사장 연임 건도 안성시의 승리였다. 하지만 시가 공기업 채용비리의 주범이라는 오명은 씻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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