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충빈 문화관광해설사

▲임충빈 문화관광해설사         ⓒ뉴스24
안성은 예로부터 문향(文鄕)의고장, 예향(藝鄕)의 고을로서 이름이 높다.

서울에서 가깝고 청정한 환경이라 이곳에서 우리 근현대사에 빛나는 수많은 문화예술인이 둥지를 틀고 창작활동을 해 훌륭한 작품들이 많다.

올해 2월 이탈리아 로마재단에서 수여하는 국제 시인상을 받은 고은(84세)시인은 국제적으로 한국 시와 한국 문학의 성취를 널리 증명했으며 안성시 공도읍 대림동산에서 28여 년간 살면서 1986년부터 2009년까지 25년간 집필한 인물 시집 ‘만인보(萬人譜)’를 비롯한 수많은 역작을 남기는 등 안성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분이다.

고은 시인은 195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소설가, 수필가로서 안성에서 터를 잡고 외동딸도 얻으시고 만인보 등 150여 권의 저서와 25개국 언어로 번역한 작품 등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지명도 높다.

만인보는 4001편의 시로 구성한 30권짜리 대작으로서 등장인물만 5,600여 명이고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다양한 얼굴을 그려 ‘시로 쓴 한국인의 호적부’, ‘한국문학사 최대의 연작시’라는 평가를 받는 귀한 가치를 지닌 보물을 서울시에서 소장하게 된다고 한다.

서울시는 서울도서관 3층 서울기록문화관에 ‘만인의 방’을 만들고 안성에서 집필할 때 사용하던 서가, 책상, 만인보 육필원고와 집필을 위해 조사했던 인물 연구자료 및 도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록한 메모지 소장품과 자료를 그대로 옮겨 놓아 만인보의 창작배경과 집필과정을 생동감 있게 그대로 만들어 재현,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16일 발표했다.

후학들은 지난해 ‘만인보아카데미’를 고은 집필실에 개설, 대학교수, 유명 문인 등을 강사로 초청하여 수많은 수강생의 호응 속에 개최하는 등 나름대로 안성에 근거를 두려고 노력했던 필자로서는 허탈하기만 하다.

2013년 안성을 떠나 수원 광교산 기슭으로 이사를 결정할 때 필자가 안성에서 머무르길 원했지만, 수원시의 제안을 거절 못 하고 안성을 떠나더니 이제는 안성에 남았던 집필실 마저 서울시로 옮겨 간다니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안성의 문화관광을 발흥시키는 사람으로서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 귀중한 안성의 유무형의 자산을 지키지 못하는 문인으로서 처절함마저 든다. 서울시는 고은 시인의 창작 모태가 된 서재를 재구성해 2019년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의 핵심으로 만들고 개발한다니 이보다 더 좋은 관광자원이 또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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