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소생하는 봄과 함께 반갑지 않은 불청객까지 찾아와 온 나라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찾아오는 황사와 미세먼지였지만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온 국민을 불안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미세먼지와 황사는 21세기 들어 지구촌이 해결해야할 중대한 과제이지만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아직까지 이러다할 대책이 없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로 인해 한해 전 세계 인구 700만 명이 기대 수명보다 빨리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 만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인류의 적이다.

미세 먼지는 지난 20여 년간 건강 유해성에 대한 경고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연구에서 미세 먼지 농도가 높은 지역에 사는 사람은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이나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높은 것은 물론, 조기 사망률이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 때문에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기도 했다.

미세 먼지는 각종 발암물질, 환경호르몬, 중금속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입자의 크기가 머리카락 굵기의 5~30분의 1 정도로 매우 작아 코·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속까지 들어가 혈액에 침투, 우리 몸속을 떠돌며 염증과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지난해 OECD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미세 먼지 등 대기오염에 대처하지 못한다면 40년 뒤 미세 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특히 세계 곳곳의 대기오염 실태를 모니터하는 다국적 커뮤니티 에어비주얼의 발표에 따르면, 서울과 중부지방은 인도 뉴델리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대기오염이 심각했다.

급기야 지난 3일 서울시는 날로 심각성을 더하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환경오염에 대한 심각성을 이제야 실감하는 모양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대기환경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올해 세계 주요도시의 공기오염 상황을 추적하는 사이트인 에어비주얼에 한국의 주요 도시가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도시 10위권 안에 드는 일이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 대기환경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서울 시내 초미세먼지 일평균 농도는 39㎍/㎥를 기록했다. 이를 국내 기준에 맞추면 50㎍/㎥ 이내기 때문에정상 수치에 해당한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의 초미세먼지 권고기준은 ‘일 평균 25㎍/㎥ 이하’로 이날 서울 시내 25개 구 측정소 중 WHO 권고안을 통과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학계 역시 중국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저감 논의를 위해 국내의 미세먼지저감 기준을 WHO의 권고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강화돼야 하는 것은 환경기준이 아니라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과 설비 등에 적용되는 배출 기준이라고 지적한다.

환경오염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각계에서는 왈가왈부 하지만 소리 없는 죽엄으로 다가오는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서는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외출을 자제하는 등의 개인적인 노력과 함께 대내외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