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I 확산에 이어 겨울가뭄까지 겹치며 농민들의 한숨이 잦아들 날이 없다.

도대체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 없고 온통 고난의 연속이다. 개 사료 값보다 못한 쌀값 하락에 시름을 앓고 있는 사이 사상 최악의 조류독감(AI)이 찾아와 가뜩이나 상처 난 농심을 난도질 하고 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겨울가뭄까지 겹쳐 농민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특히 올해는 안성지역을 비롯해 인천, 경기, 전남, 강원 영서 등 서부지역 35개 시·군의 강수량이 평년의 40% 미만을 기록하고 있어 가뭄 예·경보 ‘주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안성시 관내의 고삼저수지, 금광저수지, 마둔 저수지 등 대형 저수지들은 수량 부족으로 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지는 등 내년 농사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더구나 올 겨울 큰 눈이나 비가 내릴 확률이 적다는 예보까지 나오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안성지역은 타 지역보다 저수지가 많아 용수걱정은 덜 한 편이긴 하지만 가뭄현상이 장기화 되며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내년 봄 농사철이 본격화되기까지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시설농가들이 겪는 고통은 벌써 시작이다.

농번기가 시작돼야 물이 필요하다는 것은 옛날 말이다. 겨울철에도 시설 농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영농활동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영농 철이 따로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요즘으로선 물 걱정도 시도 때도 없이 해야 한다.

쌀값 폭락도 문제다. 쌀값인상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목청은 높아가고 있지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재배면적을 줄이는 데만 역점을 두고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농민들은 재고량을 소진하고 수입 물량을 차단하는 등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또, 거의 매년 되풀이 되고 있는 조류독감과 구제역 등의 발병에 대한 대책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방역당국은 겨울철만 되면 조류독감과 구제역 예방을 위해 밤잠까지 설치며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방어막이 뚫렸다. 철새 분변이 바이러스 감염의 원인으로 지목되자 애꿎은 철새들만 원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 전파나 감염 경로는 다양한 것으로 생각된다. 철새들이 주로 서식하는 천변이나 들에는 철새들의 분변을 먹거나 밟고 지나다니는 들쥐도 경계의 대상이기 때문에 60~70년대와 같이 쥐 잡는 날을 정해 들쥐나 집쥐 소탕작전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농민들은 이런저런 걱정 때문에 한시도 맘 편할 날이 없다. 앞뒤를 둘러 봐도 재미를 느끼며 신명나게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이 안 되기 때문이다.

미래학자들은 농사가 차세대 전략산업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자 선진국들은 이에 대비하며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농사가 여전히 찬밥신세다.농심이 새까맣게 멍들어 있다. 아니 이제 농민들은 멍들 가슴도 없다.

애정 어린 관심과 사랑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쌀 한줌이라도 더 소비하고 물 한 방울이라도 아껴 쓰는 것이야 말로 진정으로 농민을 위로해주고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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