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동절기로 접어들며 고병원성 AI가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안성지역에 다행히 AI나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아 별 탈 없이 넘어갔지만 올해는 겨울로 접어들자마자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올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는 지난달 16일 전남 해남의 산란계 농장과 충북 음성의 육용오리 농장에서 첫 발병한 이후 불과 10여일 만에 발생농장이 20여 곳으로 늘었다. 또 25일에는 안성시 대덕면 소재 토종닭 농장에서도 AI가 발생하는 등 한반도 서남부권을 넘어 수도권까지 북상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6~27일 양일간 전국의 모든 가금 농가를 대상으로 일시 이동중지명령을 내려 현재 소강상태이긴 하지만 기상이변에 따라 전국적인 확산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AI 유형인 H5N6 바이러스의 경우 변이까지 일으킨 것으로 확인돼 가금농가들은 AI이동 경로를 예의 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변이가 잘 된다는 것은 바이러스가 다양해져 그만큼 생명력과 전파력이 강해졌다는 뜻이다.
 
이번에 발생한 AI는 중국에서 15건의 인체감염을 발생시켜 6명을 숨지게 했다. AI가 서해안 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이유로는 서해안에 집중된 철새 도래지가 꼽히고 있다. 이외에도 전남 영암·나주, 전북 고창·부안, 충남 천안, 충북 진천·음성, 경기 안성·이천을 잇는 서쪽 지역에 오리를 사육하는 농가 90%가 밀집해 있다는 점도 AI 확산의 주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가축질병 바이러스의 확산은 농장·도축장·사료공장 간 전파가 주요 경로인 만큼 각 농가들은 차단방역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농가 단위에서 방역을 소홀히 하면 지자체나 생산자단체가 아무리 거점소독시설을 운영하고 일제소독을 실시해도 소용없다.

따라서 출입차량 소독 철저, 외부인 출입 자제 등 방역수칙 준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방역당국도 모든 역량을 AI 확산 차단 및 조기 종식에 집중해야 한다. 당국은 긴급예비비를 투입해 거점소독 및 방역상황 점검을 강화하고 유·무선, SMS 등을 활용해 농가 계도에 힘써야 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AI 확산을 막기 위해 범 농협이 별도의 예산을 마련해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날씨가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면 바이러스가 활성화되는데다 소독약의 효과가 떨어져 방역은 더욱 힘들어진다. 따라서 AI뿐만 아니라 구제역까지도 우려되고 있다. 가축질병으로 인한 국가적인 혼란을 막기 위해 온 축산업계가 방역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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