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흥도 감동도 없는축제...시민들이 외면한다

▲경인신문 대표 박우열
안성시 각 읍면동에서 앞 다퉈 개최하고 있는 지역축제가 주민 간 화합, 관광객 유입에 따른 지역경제 발전이라는 명목과 함께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측면이 결합하면서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지자체가 지원하는 이른바 보조금축제가 지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이들 축제의 대부분은 마을주민들로 구성된 축제추진위원회를 통해 추진하다보니 규모도 작은데다 전문성까지 결여돼 대부분 졸속축제로 끝나기 십상이다.

일례로 죽주大고려문화축제나 청미음악회만 보더라도 올해 역시 실속 없고 의미 없는 졸속축제로 끝났다. 그래도 안성시는 이들 축제에 매년 수 천 만원씩을 쏟아 붓고 있다. 선심성 예산이다.

죽주大고려문화축제는 지난 2010년부터 일죽면, 죽산면, 삼죽면 등 3개면이 함께 참여해 죽주산성(竹州山城)과 몽고군의 침입에 맞서 대승을 이끈 송문주(宋文胄)장군의 위상을 후대에 알리고 문화예술의 계승발전과 주민의 화합을 목적으로 개최 해오고 있으며, 청미음악회 역시 예술문화 수혜가 적은 일죽면 주민들을 위해 매년 개최되고 있다.

이들 축제의 서두에는 하나같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열린 문화 공간 조성, 지역화합 및 단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취지와는 거리가 먼 먹고 놀자 판으로 끝나는 안성시의 대표적인 예산 낭비사례다. 더구나 축제추진위원회는 주민들에게 대중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전야제, 개막식, 폐막식 등에 연예인들을 대거 모셔(?)와 수 천 만원의 예산을 춤과 노래판에 쏟아 부었다. 결국 무대, 조명, 음향, 출연진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야시장 까지 겹쳐 지역경제 활성화와는 거리가 먼 축제다. 시민의 세금을 투입해 기획한 축제라고 보기엔 낯 뜨거운 모습이다. 그렇다고 축제라 할 수 있는 색다른 볼거리나 먹을거리, 즐길 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대중가수나 몇 명 불러다 노래 몇 곡 불러대는 원시적인 마을축제를 하는 것이다. 결국 잘못된 축제관행이 아까운 시민의 세금만 지속적으로 낭비하고 있다.

그런데도 시는 이 같은 축제가 지속되도록 선심성 예산을 퍼주고 있으며 기초의회도 이들 축제에 대해 사전 타당성 검토나 사후 성과분석 등 엄격한 잣대로 평가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송문주(宋文胄)장군의 위상을 후대에 알리고 문화예술의 계승발전과 지역민의 화합 그리고 지역경제가 함께 가야할 지역 축제가 연예인들과 야시장을 불러놓고 노래하고 춤추는 일인지 묻고 싶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과 같이 매년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매년 반복되는 프로그램들로는 관광객들이나 주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안성시가 꼭 염두에 두어야할 사항은 축제를 왜 여는지, 누구를 위해 여는지, 축제의 대상은 누구인지를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 한다.

성공 축제의 요건이 축제에 대한 시민들의 애착과 관심, 타 축제와의 차별성과 독특성,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 전략, 전문 인력 확보, 지역경제와의 연계성 등에 있다는 점도 안성시가 새겨야 할 대목이다.관광객을 위한 축제도 아니고 지역민을 위한 축제도 아닌 감흥도 감동도 없는 얼렁뚱땅 넘어가는 축제는 시민들의 호응을 얻을 수 없다.

올해 몇 명의 관광객이 안성 동부권을 찾았는지 모르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지역민이나 관광객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좌고우면(左顧右眄)할 겨를이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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