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께선 올해 설 연휴를 다들 잘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새해에는 더 좋은 일이 있기를 바라면서 그리운 가족과 만나서 어린 시절 마냥 소탈하게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지셨을 겁니다. 명절하면 보통 선물을 한 아름 안고 부모님과 어른들을 찾아뵙기 마련인데, 이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건강을 위한 선물들입니다. 예의를 중시하는 동양에서는 어른들을 잘 모시는 것이 미덕인바, 가족들과 어른들에게 드릴 수 있는 선물이란 어른들이 건강하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보살펴 드리는 것이 제일 좋은 미덕으로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흔해졌지만 예전 같으면 구경도 하기 쉽지 않던 쇠고기, 육류 같은 보양식과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 그리고 보편적으로 어른들에게 좋은 보약들이 선물로 손에 꼽힙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밥이 보약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잘 먹는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잘 먹되, 몸에 그다지 좋지 않은 음식을 잘 먹는 것이 아니라 영양이 균형 있게 풍부한 음식을 잘 먹는 것입니다. 원래 동양인은 채식위주였기 때문에 부족해지기 쉬운 단백질과 영양소를 공급하는 육류는 훌륭한 보양식으로 여겨졌습니다. 이 말고도 몸에 좋은 약을 선물하는 것도 보편적으로 행하는 건강을 배려하는 선물의 형태입니다.

하지만 약이란 것은 병이 있을 때 회복을 위해 사용하는 것인데, 어떻게 선물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일까요? 과연 우리가 선물을 하면서도 보약이란 무엇인지 알고 드리는 것일까요? 오늘은 우리에겐 익숙하지만 그다지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보약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보약의 보(補)의 뜻은 옷이 뜯어진 것을 깁고 고친다, 돕는다, 개선한다는 뜻이 있습니다. 즉 무엇을 보충한다는 뜻만 가진 것이 아니라, 균형을 잡아 정상으로 회복시킨다는 뜻이 있는 것입니다. 한방의 보약에 주로 쓰이는 한약재의 편재를 보면 기(氣)와 혈(血)을 보충하거나 양기(陽氣)와 음기(陰氣)를 보충하는 약재들을 따로 분류하고 있으며, 이 약재들이 보약에 주로 많이 쓰이게 됩니다.

보통 보약하면 에너지를 채워준다, 체력을 회복시켜준다, 피로를 감소시켜 준다라는 보편적인 생각과 기대를 하게 됩니다. 사실 보약은 대체로 허로증상, 즉 기운과 혈액(진액)을 많이 소모하고 약해진 경우에 투여하는 약으로서 복용을 하면 허약해진 몸이 빨리 회복되고, 체력을 되찾게 해줍니다. 병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수액(링거액)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소모성 질환이나 체력저하에 부족한 수액과 포도당을 직접 혈액 속으로 공급하는 수액주사와는 달리 보약처방은 우리 장에서 흡수하여 몸의 순환 개선 같은 효과가 발휘되므로 약효의 발휘속도가 느리지만 주사를 맞을 때만 급격히 회복되는 수액주사 보다는 지속적입니다.

단, 한방에서는 단순히 부족한 기혈만을 보충하는 보약만이 보약은 아닙니다. 사람의 생리현상은 복잡하고도 오묘하여, 단순히 기혈의 부족을 보충한다고 피로가 회복되고 컨디션이 좋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소화기가 무척 허약하고 잘 체하는 사람이 과로를 하여 몸이 무겁고 늘 피로하다고 해서, 이 사람에게 기혈 보충하는 보약을 잘 못 과다 복용하면, 소화가 안 되어 더 몸이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의 사람에게는 소화기를 건강하게 하고 음식이 잘 내려가게 하면 컨디션이 무척 좋아지고 몸이 가뿐하게 됩니다. 쉽게 얘기하면 “다리가 가려운데 엉뚱한 데를 긁지 말고, 가려운 다리를 잘 긁어 주어야 한다.” 라는 뜻입니다. 보약을 먹었는데도 오히려 보약 효과를 못 누리는 것은 보약 탓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그 약이 안 맞는 것입니다.

기혈보충을 하는 보약이 잘 맞는 쪽은 혈기 왕성한 젊은이보다는, 실제로 기혈이 부족해지기 쉬운 노약자들입니다. 따라서 어른들에게 기혈을 보충하는 “보편적인 보약”을 선물하는 풍습이 생긴 것은 당연한 듯 보입니다. 다만 이런 보약을 복용하고도 더 불편한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위에서 말씀드린 데로 몸의 다른 불편한 점을 고려를 해 보고 진찰을 받아보고 치료나 조리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심장이 나쁘면 심장을 건강하게 다스리고, 위장이 나쁘면 위장을 건강하게 조리해야 하는 것입니다.

다음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십전대보탕”같은 보약류가 어떤 것이 있는지 간단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체로 어떤 보약들이 잘 알려져 있으며, 어디에 좋은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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