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 조계종 칠장사 주지 지강스님

▲칠장사 주지 지강 스님      ⓒ뉴스24
소납이 안성 칠장사주지로 부임한지 어느덧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하는데 무엇하나 변변하게 이뤄진 것이 없어 보여 끝없는 답답증이 쌓인다.

오히려 시간이 거꾸로 가듯이 더 나빠지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보는 시간이 편해진다. 한 가지 일을 끝내면 조금은 편해지겠거니 기대해보지만 자의든 타의든 새로운 발상으로 여지없이 없던 일까지 생기고 만다. 아마 역사를 거쳐 간 수많은 선사들의 운명도 그러하였기에, 이런저런 역사문화의 괘적으로 칠장사를 비롯한 안성의 도처에 기리 후대에 물려 줄 문화재로 평가 받은 유산들이 축적되어온 연유라 어림짐작해 본다.

크게 깊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칠현산, 너무 크지도 아주 작지도 않은 칠장사는 자연과 인간이 얼마나 조화롭게 만나서 소통할 수 있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참으로 욕심 없는 현상으로 있는 그대로가 가르침이며 교훈이다. 인간사 무슨 일이든 욕심이 과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그렇지만 소납에게 끊임없이 발동하는 과한 욕심 한 가지가 있다. 이를테면 나누고 소통하자는 것이다. 각박한 현실이지만 나누고 소통하여 향기로운 세상을 열어 가고 싶다는 소망이다. 통칭하여 ‘나소향’나눔 실천이다. 여전히 일천하지만 칠장사주지로 부임이래 줄곧 이어가고 있다. 소납의 역할은 지극히 단순하다.

칠장사를 찾는 수많은 사부대중들이 땀 흘려 욕심 없이 내려놓은 소중한 보시를 소외받은 그늘진 이웃에 그대로 전달하는 사명이다. 속칭 배달사고 없이 심부름만 잘하면 되는 역할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가장 쉬운 일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소납이 경험컨대 욕심을 내려놓고 주머니를 비우면 만사가 편해진다. 어지럽게 오염된 세상사에 온갖 이름 모를 두통·편통으로 몸뚱이 하나가 몹시 고되긴 하지만 가슴은 따뜻해지고 마음만은 천국이다.

누구나 자신만이 가진 남다른 재능이 있게 마련인데 소납에게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퍼서 나르는데 남다른 천성이 있는 모양이다. 본인이 좋아서 하는 일이긴 하지만 주변 도반과 사부대중들에겐 어지간한 부담이 아니라 할 것이기에 송구스럽고 애잔한 마음 감출길이 없지만, 향기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누군가 해나가야 할 지표라 할 것이기에 염치불구하고 밀고 나간다.

와중에 기쁜 일이 있다면 어려운 경제난속에서도 우리 안성에서 만큼은 점차 나눔의 대열에 새로이 동참하는 개인과 단체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장은 피부로 느낄 수 없겠지만 안성에 살고 있다는 그 자체가 곧 행복이라는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리라 확신한다.

우리는 남보다 많이 차지하려고, 넘쳐난 과욕으로 스스로 불행한 울타리를 만들어 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콩 한쪽도 나눠먹던 보릿고개 배 골던 시절에 우리는 어찌 행복할 수 있었을까. 넘쳐나는 물질풍요 속에 인간의 행복은 결코 물질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이런저런 천재지변과 재난은 인간의 과욕에서 비롯된 인재라 할 것이다. 부질없는 욕심을 내려놓고 있는 마음, 없는 마음 함께 나누는 지혜가 없으면 인간의 미래는 절대로 행복해질 수가 없다. 요즘 역사문화의 보고 칠장사는 묵은 때를 닦아내며 변모해가고 있다.

사계절 시민모두의 힐링공간으로 자비 나눔의 도량으로 거듭하여 도약할 것이다. 애써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온통 자연그대로가 국보급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칠장사를 모르는 안성시민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아연할 때가 있다.

종교가 무엇이든 최소한 안성시민이라면 칠장사를 특정종교시설로만 보는 편협한 시각은 지양해야 한다. 칠장사는 종교를 초월한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성지순례자를 비롯한 수많은 관광객이 다녀가고 있는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관광자원이며, 방문객의 숫자는 날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몇 안 되는 사찰식구들과 신도들은 영일 없이 매일매일 기도하며 칠장사를 가꾸고 있다.

안성의 국보도량을 명품으로 가꾸어 나누고 소통하는 향기로운 전당으로 안성의 후대에 기리 남기고 싶은 열정으로, 향기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간절한 염원을 담아 지혜와 원력을 세워 나가고 있다. 안성시민 생활 속의 칠장사로! 힐링하는 나눔 도량 칠장사로 거듭되기를 발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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