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은 거리 → 한 걸음도 걷고 싶지 않은 거리로 변해

▲109억 들여 만든 공도읍 걷고싶은 거리 현재 모습   ⓒ뉴스24
공도 소도읍 육성사업이 종료 된지 3년째를 맞고 있다. 3년이 지난 현재 공도읍 구시가지의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

109억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된 공도 구시가지는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활성화는 뒷전이고 지나다니는 행인들마저 뜸해 마치 유령도시를 방불케 하고 있다. 더구나 일부 지역은 불황을 견디지 못한 상인들이 속속 떠나며 빈 점포만 늘어가고 있다.

공도 소도읍 육성사업은 2008년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되면서 추진된 것으로, 당시 시는 공도읍을 안성 서부지역의 거점도시로 개발, 육성하기 위해 109억 원(국비 54억, 도비27억, 시비27억)의 예산을 투입해 2012년 12월 사업을 마무리 했다.

▲대리석 조형물이 주차장 안내판으로 사용되고 있다.   ⓒ뉴스24
시는 당시 공도 구 시가지를 차별화된 테마를 입혀 일부 구간에 누들(麵) 테마거리 조성, DIY 테마공원 조성, 구 읍사무소 리모델링을 통한 공도 사랑방 만들기, 햇빛 발전 주차장 조성사업, 집합건물 신축, 걷고 싶은 거리 조성 등의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당시 테마 거리는 실질적인 내용은 없고 이것저것 시설물만 생겨났다. 우선 걷고 싶은 거리를 보자 시는 걷고 싶은 거리 전 구간에 상점 리모델링과 함께 간판을 일괄 교체하고 거리에 가로등과 화단, 쉼터, 조형물 등을 새롭게 설치했다. 그러나 당시 누들거리와 DIY거리 조성은 이뤄지지 않았고 무려 109억 원을 투자한 사업은 이것저것 사업을 펼치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사업이 종료 됐다.

3년이 지난 지금 공도읍 구시가지의 모습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된 길 양쪽은 주차장으로 변해 오히려 보행자를 위한 공간(인도)은 사라진지 오래고 보행자들은 주차된 차들과 오가는 차들 사이를 위태롭게 걸어 다니고 있다. 또 일부 간판과 시설물은 낡아서 떨어져 나가기 일보 직전이며 중간 중간에 마련된 시민들의 쉼터는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고 화단과 가로등은 상가주민들에게 애물단지가 된지 오래다.

▲엄청난 예산을 들여 리모델링한 점포들은 없어진지 오래고 그 자리에 원룸이 들어서 있다.   ⓒ뉴스24
특히 승두리 65-3번지에 위치한 문화공원은 당시 총사업비 4억 원을 들여 운동기구 등의자 10개소, 태양광근육풀기 1개소, 태양광자전거발전기 2개소, 태양광줄당기기 2개소, 태양광 허리돌리기 2개소, 데크 쉼터 1개소를 설치와 함께 공원미관을 위해 소나무외 8종 127주와 관목으로 무궁화외 7종 2,722주를 식재했는데 3년이 지난 지금은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불편한 장소로 둔갑 주민들이 외면하는 곳이 됐다.

또 어렵게 마련한 공용주차장은 이용자가 없어 인근 교회의 전용주차장이 됐으며 또 문화공원 옆 DIY 집합점포 New Wave 공도센터는 시간이 흐를수록 운영이 어렵게 되자 임대사업자로 변신하고 있다.
그나마 구 공도읍사무소는 자치사랑방으로 리모델링되어 있어 다행이지만 2층에 있는 DIY센터나 누들요리 룸은 회원들이 이용한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며, 이름만 근근이 유지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시민은 “상가에 주민들이 찾아와 북적 될 만큼 아무 내용이 없다. 왜 이런 곳에 엄청난 예산을 들였는지 이해할 수 없으며, 거창한 구상으로 시작된 사업이지만 실제로는 내용도 없고 실속도 없는 속 빈 강정이다”며 꼬집었다.

당시 주민들은 소도읍 사업이 완성되면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조화 있게 발전돼 주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이렇듯 주민들의 소박한 꿈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이유는 주민들의 이기적인 면도 문제였지만 당시 추진위원들과 안성시의 장기적 안목 없는 즉흥 식 사업계획이 원인으로 지목됐으며, 또 확보된 예산이니 일단 쓰고 보자는 안일한 생각 등이 뒤엉켜 결국 실패한 사업으로 끝났다.

▲차로와 인도를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대리석 의자가 장애인 유도블럭위로 옮겨져 있다.   ⓒ뉴스24
당시 공도 소도읍 추진현황을 보면 2009년부터 12년까지 4년간 추진위원회 운영비, 사무국운영비, 주민교육 등 조직운영을 목적으로 5천800여만 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이 예산은 추진위원회 구성과 국내 선진지 견학 워크숍, DIY/누들 홍보 및 축제를 위해 집행된 대부분 1회성 소모성 예산이었다.

또, 2010년 12월부터 2011년 8월까지 공도아카데미 DIY/누들 강좌 비용과 교육수요에 관련한 설문조사 비용, DIY/누들교육 용역발주 및 교육프로그램 운영비로만 1억1,400만원이 집행됐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기 짝이 없다. 취미반 창업반 개설을 목적으로 교육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해 교육을 몇 차례 실시했다고 하지만 현재 구시가지에는 DIY나 누들에 연계된 창업 점포는 찾아볼 수 없다. 결국 거액의 혈세만 허공에 뿌린 셈이다. 당시 누가 주어 갔을까?

이 것 뿐만이 아니다. 당시 교육프로그램 수강생 동아리 활성화 명목으로 3개월 간 3천만 원, 또, 누들메뉴개발, 창업컨설팅을 위한 창업지원비가 9천만 원이나 지원됐다. 이 역시 개발된 누들메뉴도 없고 누들에 관한 창업자도 없다. 또 누들브랜드개발, 정보센터 운영, 홈페이지 구축, 홍보물제작, DIY홍보 이벤트, 등에 7,700여 만 원이 집행됐다. 결국 결과는 없고 예산만 집행됐는데 당시 집행된 예산으로 몇몇 특정인들의 배만 불렸다는 후문이다.

더구나 당시 공도 소도읍 발전을 위해 여건에 맞는 테마를 계획한다며 기본계획 수립비용으로 1억 5,000여 만 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2009년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용역착수, 추진위원회개최(4회), 보고회 및 설명회(4회), 전문가 자문(2회)까지 집행된 금액인데 1억5,000만원을 들여 계획을 수립한 결과가 구 시가지의 현재 모습이다.

또, 3천200여 만 원을 들여 로컬푸드 사업장(천막)을 만들었지만 사업장은 문 닫은 지 오래며 내부에는 3천200만원 어치의 먼지만 쌓여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당시 안성시는 공도 소도읍 육성을 위한 향후 추진계획을 수립해 놓고 추진위원회를 운영위원회로 명칭만 바꿔 지난해까지 사업비(사무실 운영비 등)를 지원해 줬다.

당시 추진위원회 위원들을 선진지 견학이라는 명목으로 여섯 번이나 여행(해외포함)을 다녀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아무리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시작된 사업이라지만 당시 소도읍 육성사업은 석연찮은 내용이 너무 많다. 결국 대부분의 사업은 부실로 이어졌고 걷고 싶은 거리는 한 발짝도 걷고 싶지 않은 거리로 변했다.

109억 원이라는 혈세를 쏟아 부었지만 공도 소도읍 가꾸기 사업은 결국 실패작이었다. 안성시의 안일한 행정 덕분에 요즘 공도읍 구 시가지는 해만 떨어지면 암흑천지로 변해 지나다니는 행인조차 찾아보기 힘든 상태며 어두운 골목길 구석구석은 가끔 이곳을 지나는 취객들의 화장실로 변해가고 있다.

지역의 한 주민은 “장사가 안 돼 점포 세를 수개월씩 못 내고 있을 정도로 상권이 죽었다. 이곳의 상가들이 살아남기란 하늘에 별 따기보다 더 힘들지만 떠날 수도 없는 처지라서 어쩔 수 없이 버티고 있다.”라며 토로했다.

시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은 일부 주민들의 책임도 있다. 특히 상인들이 단합해 지역의 명소로 바꿔보자는 일념으로 꾸준히 추진했으면 오늘의 이 같은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라며,“지금이라도 상가 주민들과 운영위원회 간 마음을 열고 소통을 통해 살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당초 시는 걷고 싶은 거리를 차 없는 거리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시작했다. 걷고 싶은 거리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유동인구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결국 차 없는 거리가 정답이긴 하지만 일부 상인들은 애초부터 상반된 의견을 보이고 있어 쉽지는 않아 보인다.

관 주도로 시작됐던 공도 소도읍 육성사업은 끝났다. 그리고 이제 유령 거리로 남느냐 아니면 활기가 넘치는 살아있는 거리로 거듭 나느냐는 결국 주민들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환경 정비 사업이나 상가 활성화 사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은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사업이 없기 때문이다.

걷고 싶은 거리에는 당초 46동의 건물에 125개 점포가 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약70여개의 점포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거리가 걷고 싶은 거리, 다시 찾고 싶은 거리, 안성의 명물거리 아니 경기도의 명물거리로 새롭게 태어나려면 주민들의 노력만이 정답이다. 물론 안성시의 적극적인 후원이 있어야 가능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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