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2010년이 어느덧 막바지로 다다르고 있습니다. 연말연시에 송년회 및 각종모임으로 술을 드시는 날도 많아지고 평소와 다르게 기름진 식단이 많아 하루가 다르게 매서워지는 추위에 신체는 내외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식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장트라블타’ 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지독한 방귀로 유명한 개그맨 이수근씨가 작년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식적’ 이라는 진단을 받은 이후 식적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명칭이었던 식적은 방송 이후 심심찮게 문의가 오고 내원하는 환자들이나 주변 지인들이 한 번씩 물어 보는 등 방송의 위력을 새삼 실감할 정도입니다. 그럼 식적이라는 병은 무엇이며,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식적은 한자로 食(밥 식) 積(쌓일 적) 이라고 씁니다. 한자의 의미를 보자면 음식의 과다한 섭취로 인해 쌓여서 정체되는 증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식적이란 먹은 것이 소화되지 않아 생긴 적(積)인데, 배가 더부룩하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복통, 트림, 신물이 넘어오거나 가스가 차는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으며 식적이 원인이 되어 설사, 기침, 요통, 옆구리 통증 등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요즘 들어 잦은 복통과 설사, 소화불량 등 위와 장의 불편함에 시달리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이들 중 상당수는 위나 장 내시경을 받아도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거나 과민성 대장증상, 기능성 소화불량 같은 병명으로 진단을 받고 약을 먹어 보지만 잘 개선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식적이 있으면 자주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는데 이런 복통의 특징은 배가 아프다가 설사를 하면 통증이 가라앉는 것입니다. 또 배를 누르면 심한 통증을 느끼고 항상 속이 안 좋다 보니 만성적인 피로감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즉 과민성 대장증상이나 기능성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사람들 중에 과식이나 폭식 등 식습관에 문제가 있는 경우 식적이 병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에서 열거한 증상들을 보면 그럼 내가 식적인가?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위와 같은 증상이 있다고 다 식적은 아닙니다. 음식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도 위와 같은 증상이 있을 수 있고, 식적 외에도 음식에 상해서 생기는 질병은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식적의 증상을 가지고 내원하셨던 환자를 토대로 식적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의원을 내원 하셨던 50대 남성 K씨는 툭하면 배가 아프고 설사를 했지만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고 지내던 중 올 여름 들어 2주일이 넘도록 심하게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해 장염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했지만 심한 증세만 가라앉을 뿐 좀처럼 설사가 멈추지 않아 한의원을 찾았습니다. 진찰 결과 L씨는 식적 증세에 시달리는 것으로 진단됐고, 식적을 치료하는 한방치료를 받은 후 고질적인 복통과 설사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식적을 치료할 때는 기의 흐름을 원활히 해 묵은 체기를 흩어버리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주로 따뜻한 성질을 가진 한약을 처방합니다. 하지만 속에 열이 겹치면 서늘하게 열을 식히는 약을 사용하기도 하며 경락의 흐름을 좋게 하는 침과 뜸 치료를 병행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환자의 체질과 증세에 따라 식적의 치료방법도 달라집니다.

한의원에서는 식적에 대해 침, 뜸, 한약 등을 이용해 비위기능을 도와주면서 적체된 것을 풀어주는 치료를 시행하는데, 대부분 한방치료를 통해 완치 및 예방이 가능합니다. 간혹 이런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방치하다가 병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되면 그만큼 치료에 어려움이 뒤따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치료와 함께 규칙적이고 절제된 음식물 섭취를 통해 소화기에 부담을 주지 않고 비위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특이한 것은 위장질환의 원인인 식적이 다른 여러 가지 질환도 함께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식적으로 위(胃)에서 열이 발생해 폐와 기관지를 자극하면 만성 기침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런 기침을 동의보감에서는 식적수라고 했습니다. 식적수의 특징은 밤과 새벽에 기침이 더욱 심하며 속쓰림이나 소화불량 증세를 겸하면서 기침이 나는 것입니다.

식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식습관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제 때 식사하되 저녁식사를 가볍게 하고 식사 후 배를 여러 번 문지르며 가볍게 걷는 습관을 들이면 좋습니다. 과식과 폭식을 피해야 하며, 기름진 음식과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는 습관은 좋지 않습니다.

식적으로 배가 아프고 속이 더부룩할 때는 대체로 따뜻한 생강차가 좋고 고기를 많이 먹고 나서 속이 안 좋다면 매실차도 추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개인의 체질과 증상에 따라 좋고 나쁜 음식이 다르기 때문에 오래 복용할 때에는 반드시 한의사와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쌀쌀해지는 날씨에 올바른 식습관으로 건강을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자 © 경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