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보건소 예방의약팀장 김병희

▲안성시보건소 김병의 예방의약팀장   ⓒ경인신문
계절의 여왕 5월에 예기치 않은 불청객이 찾아왔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일어나는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다. 5월 20일 최초로 국내에 메르스가 발생한 후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온 국민을 불안과 공포에 떨게 했다. 우리 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초로 인근지역 병원에 확진환자가 발생하면서 환자와 밀접 접촉한 우리 시민이 가택격리 되었다. 메르스의 급속한 확산으로 우리 시 모니터링 대상자(가택 격리자와 능동감시자)는 연일 하루에 100명이 넘었다.

어느새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확진자 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던 초반부터 감염 확산이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지금까지 안성시의 모든 업무가 메르스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황은성 시장은 관련 유관기관과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하고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각 기관들이 밀접하고 신속하게 연대해 추가 확산을 막는 데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안성시는 대부분의 시 행사를 취소·축소하는 한편 어린이집에 휴원 조치를 발령하고 24시간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 홍보전단지를 배포하고 마스크,체온계,손 소독제 등 방역예방물품을 배부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엘리베이터와 계단, 터미널, 전통시장 등 취약지역에 대한 방역소독을 실시하고, 공도 건강생활지원센터에 격리 진료소를 설치했다. 모니터링 대상자에 대해서는 2차 감염 발생을 차단하기 위해 대상자 1명당 1인의 공무원을 지정하여 격리장소에서의 이탈 방지와 자가 격리수칙 이행에 대한 관리에 철저를 기했다.

하루 종일 수화기를 놓을 틈 없이 메르스 관련한 문의와 항의 전화가 폭주했고, 일부 의료기관에서 발열환자 진료를 꺼리고 있다는 시민들의 전화가 잇따랐다. 인터넷이나 지인 등을 통해 정보를 취하면서 보도된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거나 또는 잘못된 정보를 확인하는 경우도 많았다. 관리해야 할 접촉자 명단의 오류 등 불충분한 정보로 중앙에 핫라인도 마비되면서 문제해결이 지연되었고, 가택 격리자 증상 발현 시 신속하게 안내할 수 있는 의료기관 부재로 애를 태워야만 했다. 메르스와 필사의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시민들이 토해내는 비난과 분노를 감수하며 그 아픔 또한 함께해야만 했다. 메르스 현장을 일터로 삼은 공직자의 하루하루는 이처럼 숨 가쁘게 흘러갔다. 그래도 보건소에 문의하고 ‘괜찮다’는 말이라도 들어야 다소 안심하며 수화기를 놓던 분들, 갑작스러운 메르스 사태로 병원 이용 등에 불편을 겪으면서도 오히려 해당 공무원의 어려움을 헤아려주는 분들이 있어 따뜻함과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이름도 생소했던 메르스는 국내에서는 처음 발병한 것이었고, 정부의 안일한 초기대응이 허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러 개선할 점과 더불어 메르스가 시사하는 바 또한 크다. 바이러스 변이의 위험성과 우리 국민 누구든지 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의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의 질병 예방과 통제에 더욱 철저한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메르스 사태로 한달이 넘는 시간동안 공직자, 의료종사자, 시민 할 것 없이 그야말로 전국이 시름했다. 경제면에서는 소비가 침체돼 ‘메르스 불황’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언론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고비’를 운운하고, 종식 예측 몇 시간 뒤 다시 확진환자가 나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하루하루가 고비인 셈이다. 한편으로는 메르스 사태가 일상이 된 시민들의 불안감이 조금은 희석된 듯한 분위기다.

확진자가 빠르게 확산되던 초반에 비해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세를 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시는 507명의 자가격리자와 능동감시자가 모두 관리 해제 되어 한 시름 놓았으나 일선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소강, 진정 국면이라 단정하기 보다는 전국에 한명의 확진자가 발생되지 않는 날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업무에 임할 것이다. 하루빨리 메르스가 종식되어 온 국민이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오기 바라며 그동안 격려와 함께 어려움을 함께해주신언론인,자원봉사자,유관기관,사회단체,동료공무원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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